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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양서중학교 햇살관은 주말이면 생기로 가득찬다. 탁 트인 공용 홀부터 크고 작게 나뉜 룸 공간까지,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작당모의’에 열심이다. 이곳에는 반드시 해야 할 숙제도, 지시를 내리는 교사도 없다. 대신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와 수평적 문화가 흐른다. 청소년 자치 배움터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에서 청소년 주도 활동의 생생한 현장을 만났다. 청소년의 주도적 목소리로 공간 채워 손오공릴게임예시 “노키즈존에 대한 설문조사 중인데 참여해 주실래요?” 도도센(별칭, 12)과 지도(별칭, 12)가 포스트잇을 내민다. 도도센과 지도는 두 사람이 다가치학교에서 본명 대신 사용하는 별칭이다. 두 청소년은 ‘노른자존’ 팀원으로, 노른자존은 노키즈존 문화에 관한 활동을 하는 다가치학교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이날 오후 노른자존 모임에 참여한 팀원들은 어린이를 환영하는 동네 맛집 지도를 채우고, 팀을 소개할 슬로건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각자 떠오른 문장을 말하거나 보드에 직접 쓰고 고쳐 보면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모은다. 노른자존 활동이 한창인 동안 다가치학교 곳곳에서는 다른 프로젝트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한쪽 회의실 공간에서는 오리지널바다이야기 공간의 쓸모를 새롭게 기획하는 ‘OO의 공간7빵’ 모임이 한창이다. 다가치학교 공간을 배경으로 TRPG 세계관을 새로 짜고, 각자의 캐릭터를 직접 그리고 설정을 붙여나간다. 또 다른 연습실에서는 연극 연습이 펼쳐진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이야기와 연극으로 만들어내는 ‘한두마디’ 프로젝트다. 의자를 활용해 ‘앉아 있는 사람을 일으켜 릴게임예시 세우는’이라는 상황극도 해본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도 잠시, 이내 다양한 아이디어와 움직임이 이어진다. 다가치학교가 위치한 양서중학교 햇살관에는 커뮤니티 공간부터 공유 주방, 책마루, 스터디카페, 연습실 등 다양한 공간이 있다. 박은아 객원기자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청소년 위한 안전·평등·포함의 공간 다가치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지역연계형 청소년자치배움터로, 현재 서울에 4개소(북부, 남부, 강남서초, 강서양천)가 있다. 그중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은 2024년 개소해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위탁 운영한다. 다가치학교가 위치한 양서중학교 햇살관에는 커뮤니티 공간부터 공유 주방, 책마루, 스터디카페, 연습실 등 다양한 공간이 갖춰져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곳으로,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이용 가능하다.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과 평등, 그리고 포함의 가치’이다.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의 박재성 사무국장은 “어떤 상황이든, 어떤 정체성이든 모두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적 개념으로서 다가치학교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한다.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별칭과 평어 사용이다. 다가치학교는 본명 대신 직접 지은 별칭을, 일방적 존댓말 대신 평어를 지향한다. 이러한 언어 사용은 어른과 아이 사이의 공고한 위계를 흐트리고 평등한 소통이 흐르게 한다. 박재성 사무국장 역시 다가치학교에서는 ‘개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그는 “존대어는 결국 권력자에게 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존댓말을 쓰면 성인을 권력자로 보게 되는 순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평어 문화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평어 문화를 경험한 청소년들 역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멍뭉(별칭, 14) 역시 수평적인 문화를 다가치학교의 장점으로 꼽는다. 초등학교 때 친구의 권유로 다가치학교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다가치학교 특유의 개방적이고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분위기가 좋다”라며 “별명으로 활동하다 보니 평소 말 못했던 고민도 좀 더 쉽게 말할 수 있고, 자기 개성도 드러낼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노키즈존 문화에 관한 활동을 하는 다가치학교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노른자존에서 한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쓰고 있다. 박은아 객원기자 자기탐구에서 시작하는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의 대표 프로그램은 청소년 주도로 이뤄지는 ‘어-반 프로젝트 문’이다. 시즌제로 4~8개월가량 운영되는 ‘어-반 프로젝트 문’은 청소년들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의 기획-설계-공유-평가의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이다. 작은 생물을 관찰하고 곤충버스를 만들어보는 ‘작반하장’부터 청소년 노동권을 공부하고 체험하는 ‘청알지’, 취미 고민을 나누는 ‘전지적 취미 시점’, 어린이 인권을 탐구하는 ‘노른자존’, 공간의 쓸모를 새롭게 구상하는 ‘OO의 공간7빵’, 이야기와 연극을 만드는 ‘한두마디’ 등 주제는 생활에서 사회로, 취미에서 권리로 다채롭게 뻗어간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소극적 수혜자가 아닌 적극적 참여자이다. 박재성 사무국장은 “가장 큰 차이는 청소년 주도 학습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라고 설명한다. “기존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성인이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이 많다. 반면 다가치학교 프로젝트는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고 설계하고, 공유와 평가까지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마다 성인 코디네이터가 한 명씩 함께 활동을 돕는다. 교사나 강사가 아닌 ‘코디네이터’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 역시 성인인 코디네이터를 가르치고 이끌기보다는, 조정하고 지지하는 동료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모든 프로젝트의 출발선에서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이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 자기탐구다. 어떠한 활동을 하든 자기 내면을 탐구하는 과정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탐구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을 탐색하고, 또래 친구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황태웅(16) 학생에게도 다가치학교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이자, 협력의 힘을 배우는 학교다. “지난 시즌은 마무리 때 늦게 참여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작부터 참여하면서 취미 프로젝트와 연극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다가치학교는 제재나 통제가 없어서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뭔가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협력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 것 같다.” 프로젝트 이전에 ‘머무름’이 필요한 이유 다가치학교는 프로젝트 공간인 동시에 ‘자유롭게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라는 박재성 사무국장의 말처럼 학교를 벗어나면 학원이나 소비 시설 외에는 마땅한 활동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다가치학교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다가치학교에서는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누워 있어도 되고, 잠을 자도 된다. 청소년들이 편하게 연애를 할 공간도 없는데, 편하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사회가 청소년들에게서 경험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한다. 금기와 통제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기회를 잃는다. 하지만 자유 놀이가 있어야 사회성도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 박재성 사무국장의 말을 방증하듯 다가치학교 강서양천에는 먼 지역에서 오는 청소년들도 있다. 대전에서 다가치학교를 찾는 청소년이 있을 정도다. 사는 지역에 이런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하러” 이곳까지 오는 현실은 그만큼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부족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가치학교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이곳이 없어지면 자기 일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도 말한다. 단순히 안전한 공간, 프로젝트 운영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래서 지역에 더 많은 청소년 자치 배움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청소년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황태웅 학생 역시 “많은 청소년이 다가치학교를 알게 되고 이용했으면 좋겠다. 한번 해볼 만한 경험이다”라면서 청소년 자치 배움터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안전하게 열린 공간에서 잘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잠시 내려 놓는다. 낯선 관계를 연습하고, 자신의 언어로 말해보며, 실패해도 괜찮은 시도를 반복한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천천히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쌓인다. 다가치학교를 채우는 활기 가득한 목소리는,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롭고 안전하게 머무를 공간이 더 늘어나는 일임을 보여준다. 글·사진 박은아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