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이란 사파비 제국에서 만들어진 왕좌용 카펫.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가로 268㎝, 세로 195㎝ 카펫이 이슬람 특유의 중정(中庭·건물의 가운데 뜰)을 본뜬 전시장 벽면에 걸렸다. 면적 1㎠당 약 50개의 매듭으로 이뤄진 섬세한 카펫은 16, 17세기 이란을 지배한 사파비 제국의 왕좌가 있던 알현실 장식품으로 추정된다.
사파비 제국의 '왕좌용 카펫'에는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 전통에 따라 인간과 동물 등의 형상은 없다. 대신 낫 모양의 잎과 덩굴식물, 나뭇가지와 꽃 등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아라베스크 무늬가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붉은색을 배경으로 좌우로 균형 잡힌 무늬의 카펫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21일 공개된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이슬람실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장에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귀족 응접실을 구현한 미디어아 황금성오락실 트 작품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문화관에 이슬람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슬람실을 지난 22일 열었다. 과거 이슬람을 주제로 기획특별전을 개최한 적은 있으나 박물관에서 상설 전시로 이슬람 예술을 소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관 전시로는 카타르 도하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유물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83점을 선보이는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이다. 7세기 말 우마이야 왕조 때 제작된 이슬람교 경전 '쿠란'의 필사본부터, 금과 다이아몬드 등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19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필기구 세트까지 1,300년에 걸친 이슬람 대표 유물들이 전시된다.



릴게임신천지 아랍어 글씨로 장식된 오스만 제국의 모스크 장식 타일 모습. 튀르키예 도자공예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즈니크 도기'로 제작됐으며, 이슬람교의 유일신 '알라'와 예언자 '무함마드', 초대 칼리프 '아부 바크르'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의 큰 특징은 기하학적 무늬와 바다신2게임 서체 등이다.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보다 모스크(신전) 등 건물 장식 대부분은 기하학적 무늬와 아랍어 서예 등으로 꾸며졌다. 이슬람 경전 '쿠란'이 아랍어로 쓰여 다양한 아랍어 서체가 발달했다. 높이 177㎝에 달하는 대형 쿠란 필사본도 전시됐다.
무니아 셰크합 아부다야 이슬람예술박물관 학예부관장은 "이슬람 문화는 모로코와 스페인 등 서쪽 지역에서부터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동쪽까지 광범위하게 퍼졌지만 (변형되지 않고) 고유의 종교와 언어로 기능하며 예술 양식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슬람 문명이 결코 '닫힌 문명'은 아니었다. 이슬람 상인들은 바닷길을 통해 동서양 문물 교류에 큰 역할을 했고 각 지역의 뛰어난 기술과 문화를 흡수해 전파했다. 이는 예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나라 도자기 표면에 나타나는 광택을 본 아랍인들이 도기 표면에 금속 가루를 입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러스터 도기'를 제작해 유럽까지 공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 최전성기인 오스만 제국 시절 도예가들은 중국의 청화백자에 영향을 받아 푸른빛의 '이즈니크 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이슬람 예술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슬람실 전시장 일부를 모스크 형태로 꾸미고 14세기 초 일한국에서 만들어진 '미흐랍 석판'을 놓았다. 미흐랍 석판은 모스크에서 메카 방향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뉴시스


전시장에도 모스크와 중정,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을 재현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촛불과 쿠란 경구가 조각된 14세기 대리석 석판 '미흐랍 석판'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석판은 신자들이 메카(이슬람교 최대 성지)를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전시장 한 편에는 이슬람 대표 양식인 아라베스크 무늬 양식을 본뜬 창살이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다마스쿠스 귀족의 응접실은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인에게 이슬람 문화는 생소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느껴진다"며 "이번 전시가 이슬람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0월 11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