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국민이 맡긴 국가권력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나치 전범' 처리하듯 살아있는 한 영원히 형사처벌하고 상속재산이 있는 범위 내에서는 상속인들까지도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근본적 대책이 되지 않겠나."(12월2일, 이재명 대통령)
"2024년 12월3일이 '내란 쿠데타'라면 2025년 12월3일은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 '사법 쿠데타'다. 이 대통령 말씀처럼 나치 전범을 처벌하듯 내란 사범을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해야 한다."(12월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12·3 비상계엄 후 1년, 대한민국 정치 야마토게임하기 의 한복판에 돌연 '나치'(히틀러와 그를 추종하는 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 집단)가 소환됐다.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까지 '전범 처벌'에 빗대 제1야당과 사법부를 압박하면서 이른바 '청산 정치'의 강수를 띄운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들이 비상계엄을 옹호·동조하고 있다며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및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하 릴게임갓 겠다고 밝혔다. 기존 사법 체계로는 계엄의 책임 규명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청산 정치'가 정치·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 청산'이 장기화하며 정치보복 논란과 국론 분열을 키웠던 전례도 언급된다. 내란 공세에 고삐를 죄는 황금성오락실 정부·여당과 이에 맞불을 놓은 제1야당, 삼권분립 훼손을 우려하는 사법부가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서초동과 여의도에는 다시금 묵직한 전운이 감도는 형국이다.



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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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明心'에 거세진 與 '내란 공세' 드라이브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다."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반 릴게임모바일 국가세력'을 처단하겠다며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이 정치적 자충수이자 오판의 후폭풍은 컸다. 역설적으로 처단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당대표 이재명은 대통령 이재명으로, 입법권력을 장악했던 거야(巨野)는 행정권력까지 손에 쥔 거여(巨與)가 되어 강력한 역공에 나섰다.
그렇게 지난 6월부터 반년 가까이 명분과 권력을 쥔 정부·여당의 계엄 세력 청산은 빠르고, 세게 이뤄졌다. '3대 특검'의 칼날 아래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전 국무위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나아가 청산 작업은 정부 조직 전반으로 확산됐다. 비상계엄에 관여한 공무원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총리실 산하에 헌법수호 총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계엄의 여진과 뒤따른 수사에 야당뿐 아니라 정부 전반이 쑥대밭이 됐다.
문제는 '계엄 청산'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1주기를 맞아 정부·여당은 '내란 종식'이 아닌 '더 센 내란 청산'을 외치기 시작했다. 조은석 내란 특검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내란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12월3일 법원에서 기각된 게 도화선이 된 모습이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12월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은 1심과 항소심(2심)에 내란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하고, 내란전담영장판사 임명 규정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내란범의 사면·복권·감형 등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3대 특검' 수사 역시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대표는 "3대 특검이 손대지 못한 것을 다 모아서 2차 종합 특검이 필요하다"고 추가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민주당 내 일부 강성 의원만이 요구하던 방안이었지만, 이번에는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이 실리며 사실상 당론으로 격상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12월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내란 잔재 청산 과정을 '치명적인 암 치료'에 비유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을 강조했다. 또 국민 통합을 이유로 내란 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이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 김병기 원내대표가 참석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월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나치 운운 李, 국민과 전쟁 벌이겠다는 것"
이 대통령은 "반성하고 재발의 여지가 없다면 용서하고 화합하고 포용해야 하지만, 숨겨놓고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다"며 "통합이 봉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미봉해 놓으면 다음에 또 재발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국민 여론에 따라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우리 입법부가 잘 행사할 것이라, 국민주권 의지를 잘 받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 특검에 대해서는 "현재도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 보인다"며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여당은 계엄의 여진을 야당과 사법부가 더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날'이 아닌 '시간 단위'로 구속 기간을 계산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판사, 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끝내 거부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 등이 그 예라는 것이다. 여권은 이러한 판단과 태도가 계엄 논란을 더 증폭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누가 국회에 계엄군을 보내고, 누가 이를 방관했는지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게 불과 1년 전"이라며 "혹자는 '언제까지 내란을 말할 것인가' 물을 수 있지만, 적어도 국민의힘이 그 질문을 던질 자격은 없다. 반성하지 않는 죄인에게 아량을 베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권의 '내란 청산' 프레임을 정권의 과도한 힘 과시, 나아가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치 전범을 언급하며 전선을 키운 데 대해 "정권의 독주가 위험 신호를 넘었다"는 우려가 야권 안팎에서 나온다. 사실상 야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압박하는 '공포 정치'이며, 정작 윤석열 정부가 비판받았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치 전범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국민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이재명 정권의 내란 몰이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월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란으로 시작해 내란으로 끝내려는 이 정부는 내란 유죄가 무너지면 정권의 정당성의 근거가 없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내란 유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나치 특별재판소(가 설치됐을 당시) 나치 판사에 의한 재판의 데자뷔"라고 주장했다.
'적폐 청산' 文 정부 데자뷔? 與 일각에서도 우려
법조계에서도 최근 정부·여당의 대대적인 내란 청산 작업이 기존 사법 시스템의 불신, 삼권분립 훼손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월3일 이 대통령 초청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5부 요인 오찬 모두발언을 통해 "개별 재판의 결론은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3심제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충분한 심리와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과 신뢰가 확보될 수 있다"며 '내란전담재판부'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여권 일각에서도 길어지는 '내란 청산' 국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체 규명은 필요하지만 정부·여당이 계속 이 문제에 매달릴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 청산이 남긴 '장기전 피로감'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계엄의 상처라는 것이 1년 만에 금방 아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환율과 고용지표를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쉽지 않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청산 정치'가 장기화되는 이면에 여권의 정치적 계산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란 프레임'을 유지함으로써 야당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2월2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계엄 가담자 대부분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제는 사법 절차에 맡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여권이 계속 이 이슈를 붙들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가 작동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계엄 사태에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면서 여당의 '내란 프레임'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