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선 고양농업기술센터 소장.


고양시 농업행정의 산증인 권지선 농업기술센터소장이 이달 말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퇴직을 앞둔 그는 누구보다 현장과 가까운 목소리로 마지막 소회를 남겼다. 권 소장은 "제가 앞에서 이끌었다고 하지만, 결국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낸 건 늘 함께해준 고양농업인들"이라며 "농업인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 날짜가 다가올수록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꽃을 가꾸는 분들의 손, 가축을 돌보던 분들의 쿨사이다릴게임 눈빛, 작물을 살피던 새벽 공기까지 모두 문득 문득 스쳐 지나간다"며 "함께 걸어온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2009년~2015년, 2019년, 2023년~2025년까지 세 차례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역임한 보기 드문 '3수(3회) 소장'이다. 권 소장은 해당 이력에 대해 "공직자에게 3번 같은 자리를 맡긴다는 건, 성 야마토통기계 과가 아니라 신뢰의 무게를 맡긴 것"이라며 "매번 더 큰 책임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에서 행정가로—두 분야를 잇다
제천농업고등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원예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2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연구소에서 자동화 온실 첫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주역으로 이름을 남겼다.
릴게임그러나 연구실 안의 성과가 현장과 행정을 만나 완성돼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진로를 바꿨다. 그는 "연구는 과학의 출발선이고, 행정은 변화의 실행선이다. 저는 두 분야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싶었다"며 1996년 제2회 지방행정고시에 도전해 합격했다.
1997년 고양시로 부임한 직후 그는 곧바로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첨예한 현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장 중 하나인 'IMF 실업대책팀'을 맡았다. 권 소장은 "하루아침에 일터가 사라진 분들의 통곡을 들으며, 행정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당시 주민 손을 꼭 잡고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하던 제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책임이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라는 단어가 두려움이 아니라, '곁에 서 있겠다'는 약속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난관과 재난 속에서 더 빛난 현장 리더십
권 소장은 굵직한 성과와 치열한 재난 대응으로 33년의 기록을 채웠다.10만 평 규모의 고양화훼산업특구조성 과정에 대해 그는 "계획 단계에서 예산 설득, 부지 조성, 준공까지 수만 번의 조율이 필요했다. 꽃을 키우는 농업은 섬세하지만, 특구 추진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완력'이 필요했다.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결국 현장의 오랜 염원으로 완성해냈다"고 밝혔다.
또 바이오매스기반의 음식물쓰레기 에너지 시설 설치사업을 언급하며 "쓰레기를 처리하는 행정이 아니라, 쓰레기로 '에너지의 미래'를 여는 사업으로 전환시킨 건 공직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2010년 구제역 당시 그는 하루도 농장을 떠나지 않았다."가축을 키우는 분들은 재난을 '뉴스'로 보지 않는다. 재난은 농업인에겐 일상과 생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래서 저는 늘 현장에 있어야 했다. 농업인들과 살처분, 방역, 이동통제의 고통 속에서 서로 눈으로 의지하며 버텼던 시간이 아직도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비닐하우스가 뜯겨 나갔던 날에 대해서도 "날아간 하우스보다 농업인들의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이 더 시급했다. 피해 복구가 끝난 뒤에도 한참 더 대화를 나눴다. 행정이 끝난 뒤에도 사람이 남아 있어야 진짜 복구가 된다"고 전했다.
2014년 구산동 토네이도 당시 그의 현장 지휘는 다른 지역에서도 주목받았다. 권 소장은 "재난 앞에서 농업은 취약하지만, 농업인의 연대는 그 무엇보다 강했다. 협동하고 고민하고 복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오히려 '고양농업 공동체'의 힘을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행정 속도보다 생명의 속도로"—그의 마지막 농정 철학
친환경 학교급식센터 조성과 로컬푸드 직매장 정책은 짧은 시간에 전국적인 주목을 얻었다.그는 "아이들의 식탁을 바꾸는 건 단순한 급식 정책이 아니라, 미래농업의 지속성을 설계하는 일"이라며 "지역 농산물이 지역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의 건강한 소비가 다시 농업인의 삶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로컬푸드는 캠페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시작보다 정착, 정착보다 속도의 균형, 균형보다 '지속'이 핵심이다"며 "고양은 스토리가 아닌 유통·조직·신뢰의 완결 구조로 로컬푸드를 세운 도시이길 바랐다"고 했다.
권 소장은 마지막으로 미래농업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농업기술센터의 소나무가 늘 푸르듯, 고양농업도 계절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가지길 빈다.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아야 한다. 농업의 가치는 속도가 아니라 생명의 속도, 사람의 속도, 공존의 속도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공직자는 아니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전히 현장과 지역농업을 응원하겠다. 무엇보다 고양농업인 전체의 성장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소장의 마지막 약속

퇴직 후 계획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제2의 인생도 아무 연관 없는 길을 가지는 않을 겁니다. 농업과 현장을 떠나온 시간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행정 권지선'이 아닌 '시민 권지선'의 자리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가 목표입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역할을 찾겠습니다."
 
표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