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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방문한 곳은 온타리오주 런던의 월틀리 빌리지(Wortley Village)였다. 2013년 캐나다 도시계획협회(CIP)가 ‘캐나다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 1위로 선정한 그곳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 무료릴게임 는 듯한 평온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길가에는 100년도 더 된 빅토리아 양식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고, 집집마다 커다란 ‘포치’(Porch)가 거리 쪽으로 열려 있었다. 건축사적으로 포치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19세기 말부터 1920년대까지 북미 주거 건축의 상징이었던 포치는 사적인 공간인 ‘집’과 공적인 공간인 ‘거리’가 만나는 완충 지 릴짱 대였다. 에어컨도, TV도 흔치 않던 시절, 사람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포치로 나와 앉았다. 흔들의자에 몸을 맡긴 채 지나가는 이웃에게 손을 흔들고, 날씨 안부를 묻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러한 건축적 장치는 동네의 ‘자연적 감시’(Natural Surveillance)를 가능하게 했고, 느슨하지만 단단한 공 릴게임다운로드 동체의 연결망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에서 포치는 점차 사라졌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거실로 들어갔고, 자동차 소음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집 뒤편에 높은 담장을 쌓았다. 소통의 창구였던 앞마당이 닫히면서, 도시에서 이웃과 눈을 맞출 기회도 함께 줄어들었다. 도시는 관리로 유지될 수는 있어도, 신뢰 없이는 살아 숨 쉬지 황금성오락실 못한다. 결국 사람을 품지 못하는 도시는 성장해도 성숙해지지 않는다. 월틀리 빌리지가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이 사라진 ‘소통의 유전자’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내가 본 사과나무는 내 어깨에도 닿지 않을 만큼 작았다. 키 140㎝ 남짓, 울퉁불퉁한 몸통에는 세월 바다신2 다운로드 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무 아래 놓인 작은 가판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미 급한 사과가 먼저 빨갛게 익어버렸네요. 누구든지 이 사과를 가져가도 괜찮아요. 우리가 준비한 작은 과수원이에요.” 곁에는 손글씨로 적은 애플파이 레시피까지 놓여 있었다. 사과 한 알을 두고 ‘과수원’이라 부르는 이 다정한 ‘과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판대 위의 사과는 작고 못생겼지만, 그 주인이 내어준 것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였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골목을 한 바퀴 더 돌고 와서 사과를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30분 뒤 다시 찾았을 때, 사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그 온기를 먼저 챙겨간 것이다. 이상하게도 서운함보다는 미소가 번졌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 사과를 베어 물며 느꼈을 작은 기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저, 사과 한 알이 놓였던 빈자리였는데, 온 동네가 풍요로워 보이는 그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흔히 도시의 수준을 GDP나 화려한 스카이라인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경제적 지표가 성장할수록 우리 사회에는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따라붙었다. 높은 빌딩과 최첨단 보안 시스템으로 무장한 아파트는 늘어났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불신은 오히려 깊어졌다. 복도에서 마주친 이웃을 인사 대신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도시가 과연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결핍이 빚은 문제다. 사회적 자본이란 구성원 사이의 신뢰, 관계망, 그리고 호혜성의 규범을 뜻한다. 월틀리 빌리지의 사과나무 주인은 누군가 사과를 훔쳐갈 것이라는 불안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이 사과를 가져간 이웃이 오늘 하루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신뢰와 나눔을 택했다. 담장을 높이는 대신, 마음의 문을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신뢰의 밀도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 낯선 이를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잠재적 이웃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 내가 건넨 작은 친절이 언젠가 공동체 전체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이것이 결여된 도시는 아무리 예산이 많아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어렵다. 신뢰가 빠진 성장에는 결국 고립과 불안만 남는다. 새해의 도시는 다시 효율과 속도를 향해 달려간다. 스마트 시티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관리되고 통제되지만, 사람의 온기는 점점 옅어진다. 월틀리 빌리지의 낡은 포치와 사과 한 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서로를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편리함이 신뢰를 대신할 수 있는지, 기술이 관계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도시의 얼굴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숲 사이에서도 사과나무 하나쯤은 자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꼭 실제 나무일 필요는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건네는 짧은 인사, 화단의 꽃을 꺾지 않고 함께 지켜보려는 마음. 이런 작은 ‘포치의 태도’들이 모여 도시에 온기를 남긴다. 누군가 먼저 문을 열 때, 경계로 가득 찼던 공간은 비로소 생활의 장소로 바뀐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거창한 정책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 것이다. 도시의 품격은 건물의 높이나 예산 규모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성미 급해 먼저 익어버린 사과 한 알이라도 먼저 내놓을 수 있을 때,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올해, 우리의 일상 속에는 어떤 사과 한 알이 놓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