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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을 연구해온 정재철 기자가 1월6일 <시사IN> 편집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누군가 말한다. “코로나19는 정부가 만든 거짓말이야.” “백신은 독이야.” “선관위 시스템은 얼마든지 조 야마토게임연타 작이 가능해.” 지끈, 머리가 아프다. 아니라는 근거를 들어 설명해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이렇다. “그 증거 자체가 조작됐어.” 몇 차례 ‘반복 학습’을 겪고 나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광장의 ‘낯선 이웃’이 아니라 부모나 형제, 자식 혹은 친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재철 기자는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서 백경릴게임 빠졌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조롱과 배척을 든다. 이해와 공감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1996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는 지난 10년 동안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고 가짜뉴스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음모론 역시 관심 주제였지만 어디까지나 허위 정보의 한 유형으로 릴게임모바일 봤다. 12·3 비상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민주주의가 ‘음모론에 빠진 지도자의 망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우리 삶이나 사회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사안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자로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음모론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책을 썼다. 최 바다신2다운로드 근 출간된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원더박스 펴냄)가 그 결과다. 책은 음모론의 기원과 정의, 구조를 살피고 인간 심리와 사회 조건이 어떻게 이를 촉진하는지 설명한다. 또 국내외 사례를 통해 음모론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폭력을 유발하는지 분석한다. 단순한 정보 오류라면 정확한 정보를 제시할 때 해결되어야 한다. 음모론은 그렇지 않다. 공식적인 설명은 오히려 ‘조작의 흔적’으로 해석되고 더 큰 배후를 소환한다. 9·11 테러 사건을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 믿은 사람들은 비행기와 충돌하지 않은 세계무역센터 7번 건물이 대칭적으로 무너진 걸 두고 ‘통제된 폭파’라 의심했다. ‘진짜 진실’은 숨겨져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 사고다. 어떤 이들에게 음모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인식틀이자 신념 체계다. 세계관인 셈이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진실을 아는 소수자’라는 정체성이 더해지며 믿음은 더 강력해진다. 음모론의 역사는 유구하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는 중세시대 마녀사냥과 십자군전쟁, 19세기 반유대주의, 20세기 매카시즘, 딥스테이트(정부의 비공식 권력구조)와 기후변화 조작설 등 종교적 음모론에서 출발해 정치·과학·의학 영역으로 확장되어왔다. 그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특정 주제에 집중돼 있다는 게 정 기자의 해석이다. 대표적으로 부정선거론이 있다. 대형 참사 뒤에 ‘알려지지 않은 배후가 있다’는 서사도 마찬가지다. 밑바탕에 반북, 반중 담론이 강하게 깔려 있다.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사회의 특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자생했다기보다 정치세력이나 관료, 지식인 집단에 의해 오랜 시간 의도적으로 주입된 측면이 크다. 안보 위기와 ‘적대적 세계관’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음모론이 정치적 도구로 기능해온 셈이다. 한국의 음모론은 극우 정치 담론과 구조적으로 결합돼 있다.” 전통적으로 음모론은 정보 소외 계층이나 극단주의자들 사이에서 유통되어왔다. 오늘날은 국가 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언급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선거 조작설을 주장했고, 2024년 윤석열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근거로 비상계엄을 시도했다. 권력을 잡고 있는 집단일수록 패배를 인정할 때 심리적 저항이 크다. “‘윤석열과 추종자들’도 선거 패배를 정치적 실패가 아니라 권력 누수이자 나아가 정권이 (자신들이 상정한) 친북·친중 성향의 세력에 넘어가는 위기 상황으로 인식했다. 음모론을 통해 윤석열은 ‘나라를 구하려다 억울하게 탄핵되고 옥살이를 하는 지도자’로 재구성되고 이를 구출하기 위한 행동이라면 서부지법 폭력 난입 같은 행위조차 정당화되는 서사로 이어졌다.” 미국의 1·6 의회 난입 사건도 마찬가지다. 음모론이 정치권력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2025년 3월10일 ‘서부지법 폭동’ 첫 재판을 앞두고 가담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사람들은 왜 음모론을 믿을까. 사회가 불안정하고 복잡해질수록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해주는 서사를 원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고립, 경제 불안, 정치적 양극화, 불평등한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정재철 기자는 오래전부터 음모론의 토양이 형성되어왔다고 말한다. “일부 이상한 사람들의 문제로 볼 일이 아니다. 돌아보면 주변에도 한두 명씩 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하나의 신념 체계다.” 언론 역시 이들을 괴짜로 치부하며 현상을 외면하거나 조롱하고, 때론 자극적으로 소비해왔다. 이제라도 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게 됐는지, 그 기저에 있는 감정을 이해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SNS가 음모론 확산의 주범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쉬운 반응은 외면이나 비난이다. 정재철 기자는 조롱보다 경청, 배제보다 포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건 틀렸다’는 말부터 시작하면 대화는 즉시 끝나고 상대는 더 강한 음모론 공동체로 돌아간다. ‘왜 저런 말을 믿지?’보다 ‘왜 그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까’ 헤아려야 한다는 의미다. 음모론에 특히 취약한 아동 청소년들에게도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보 교정도 필요하지만 출처를 함께 확인하고 비교해보는 훈련의 형태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관계 유지다. 그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불안을 느끼는지 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본인마저 음모론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적절한 거리두기와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12·3 쿠데타를 두고 ‘알고리즘 중독이 촉발한 세계 최초의 반란’이라고 보도했다. 계엄령 회의 자료로 유튜브 콘텐츠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SNS는 음모론 확산의 주범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은 점점 더 극단적인 음모론 콘텐츠로 사용자를 안내한다. 정재철 기자는 알고리즘 설계 방식의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은 플랫폼이 사회적 위해를 증폭시키는 알고리즘을 방치하지 못하도록 책임을 묻는다. “가장 어렵고 복잡한 과제 중 하나다. 국가 지도자들마저 음모론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기술적 해결책만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겠지만 음모론 확산의 한 축임에 틀림없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가 얼마 전 동네 병원에서 목격한 60대 남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간호사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하자 그 남성은 지인이 얼마 전에 그 주사를 맞고 죽었다며 거부했다. 그 상황에서 백신의 효용을 강변하기란 쉽지 않다. 하나의 경험이 세계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 정보를 주면 생각이 아주 조금은 달라질까.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나. 단기간에 음모론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면, 인내가 필요하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