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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브랜드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파타고니아. 이 브랜드를 만든 이본 쉬나드 회장이 지난 1월 8일 서울에 왔다. 88세의 그는 2022년 4조4200억원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소유 지분 모두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기부했다. 파타고니아의 라벨에 새겨진 안데스 산맥 피츠로이산의 사진 앞에 선 그의 모습은 산맥이 지닌 위대함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전민규 기자 야마토게임다운로드 이본 쉬나드(88) 파타고니아 창립자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장 이질적인 인물이다. 그는 1950~60년대 등반이 어렵기로 유명한 산을 처녀 등반하며 암벽·아이스 클라이밍의 대부로 명성을 떨친 전설적인 등반가이자 서퍼다.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기업(2007년, 포춘)'으로 게임몰 키워낸 그는, 1999년 타임지가 선정한 '지구를 위한 영웅'이자 2019년 UN 지구환경대상을 거머쥔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2022년, 그는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 100%를 환경 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와 목적 신탁에 이관하며 세계를 경악케 했다. 당시 기업 가치 약 30억 달러(약 4조4200억 원). 평생을 일군 부를 바다신2다운로드 단숨에 내려놓은 이 결단을 세상은 ‘거액의 기부’라 불렀으나, 정작 본인은 이를 ‘생존을 위한 재설정’이라 정의한다. 지난 8일, 수년째 입어 소매가 닳은 경량 패딩 차림으로 서울을 찾은 그를 직접 만났다. 88세의 노장은 여전히 대장장이의 거친 손과 암벽을 정복해 나가는 등반가의 날카로운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게임몰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란 파타고니아의 사명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본 쉬나드. 전민규 기자 ━ 북한산 암벽에서 배운 ‘권위로부터의 자유’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이본 쉬나드에게 비즈니스는 '정복'이 아닌 '과정'의 역사다. 여러 산을 정복한 등반가였던 청년기의 그는 1960년대 주한미군 시절,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며 숨을 쉴 수 있었다. “지시받는 것도, 지시하는 것도 싫어한다”는 그에게 북한산은 숨통을 틔워준 유일한 길이었다. 장비가 부족한 시절에 고철을 주워 등반 도구를 직접 만들곤 했던 그는, 1970년 암벽 등반을 위한 피톤을 만들어 첫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자신이 생산한 강철 피톤이 암벽을 훼손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주력 제품 생산을 멈추고, ‘클린 클라이밍’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 자연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부터 먼저 묻는 경영 방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Q. 60년 전 북한산 인수봉에 ‘쉬나드 루트’를 개척했다. 한국의 산은 어떤 기억인가. “군대는 지시를 싫어하는 나에게 맞지 않았고, 산은 유일한 ‘숨 쉴 구멍’이었다. 문제를 자꾸 일으키자 중대장이 ‘차라리 밖에 나가라’고 했다. 그 덕분에 매 주말 인수봉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북한산 등반은 통제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경험케 했다. 그 개인적인 만족과 성장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Q. 부대 쓰레기통에서 고철을 주워 장비를 만들던 고집이 지금의 경영 방식과 연결되나. “나는 스스로를 장인으로 생각하며 산다. 매일 손을 쓰며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클라이밍의 본질은 정상 정복이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올라갔느냐’는 예술적 과정에 있다. 이 태도를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1963년 북한산 인수봉 앞에서 한국인 등반 친구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군복 차림의 쉬나드(맨 왼쪽에서 세 번째)의 표정이 강렬하다. 사진 파타고니아 1970년대 요세미티에서 암벽 등반을 하고 있는 이본 쉬나드(오른쪽). 그는 청년 시절 이미 험하기로 정평이 난 산을 정복한 등반가였다. 사진 파타고니아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시작된 대장간의 모습. 사진 파타고니아 ━ 수익은 정직한 과정 뒤 따라오는 카르마 파타고니아의 경영은 '성장'이 아닌 '책임'을 향해 있다. 쉬나드는 수익을 목표로 삼는 순간 기업은 반드시 타협하게 된다고 믿는다.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파격적인 광고는 고도의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겠다는 장인의 정직한 선언이었다. 그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인과응보, 업(業)이 작동한다고 강조한다. 새 전기차 대신 낡은 중고 스바루를 고집하는 그의 삶처럼, 파타고니아 역시 끝없는 팽창보다 연 5% 내외의 정직한 성장을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려 한다. Q. 광고를 통해 ‘옷을 사지 마라’고 하고, 수익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원리에 어긋나지 않나. “옳은 일을 하면 결국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카르마(Karma, 인과응보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를 믿는다. 고객은 기업이 자신들을 대신해 고민하고 정직하게 내놓은 결과물을 신뢰한다. 수익은 과정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신호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선 안 된다.” Q. 환경을 생각한다면 옷을 아예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이 옷을 입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기에, 나는 옷을 만드는 일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기업이 빠르게 커질수록 빨리 끝난다는 점이며, 나는 성장을 연 5%로 제한해 회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 나 또한 중고 스바루를 평생 탈 생각이다. 새 차를 사서 도로 위에 차를 늘릴 필요가 없으니까.”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광고. 사진 파타고니아 ━ 소유 던지고 마주한 100년의 책임감 2022년의 지분 환원은 은퇴가 아니라 '또 다른 50년'을 위한 설계다. 쉬나드는 소유권을 내려놓고 회사가 주주의 이익이 아닌 '지구'라는 유일한 가치를 위해 영구히 작동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줄이고, 업무량은 두 배로 늘렸다. 여전히 파타고니아의 랩에서 근무하며 플라이 피싱 등 낚시에 필요한 의류, 장비를 기획하고 만들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Q. 당신의 지분 기부는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왜 모든 지분을 기부했나. “파타고니아는 지금까지 53년간 운영됐고, 앞으로 100년을 더 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난 나와 내 가족들이 생을 마감한 후에도 회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 딸 역시 회사나 재산을 물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인터뷰 중 '이 재킷을 사지 마라'는 광고는 왜 했냐는 질문에 "재밌지 않나"라며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인 이본 쉬나드. 전민규 기자 파타고니아를 만들고 50년 넘게 이끌어 온 그는 앞으로 100년을 더 가기 위한 기업으로 파타고니아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소유를 모두 내려놨다.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한 마디 한 마디 환경에 대해, 기업의 미래와 자신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해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장인의 오라가 배어 나왔다. 전민규 기자. Q.소유를 내려놓은 뒤 기분이 어땠나. 삶이 더 가벼워졌나. “결과적으로 오히려 더 무거워졌고, 내 회사가 아니기에 책임감은 배가 됐다. 사실 사업 초기엔 아무도 하지 않던 것을 만들었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비슷한 옷을 입고, 더 빠르고 더 싸게 만든다. 앞으로 파타고니아가 100년을 더 가기 위해선 품질에 집중해야하고 다양화가 필요하다. 최근 진행 중인 친환경 소재 연구와 수선 인프라 운영 등 모든 활동이 책임의 일부다.” Q. 기부 후 플라이 피싱팀을 이끄는 등 여전히 현장에 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나는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사업가다. 내가 하는 일은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바꾸는 일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일임을 깨닫는 것, 그게 전부다.” 이본 쉬나드와의 대화는 명쾌했다. 60년 전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며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청년 등반가는, 이제 전 지구적인 ‘파산’ 위기 앞에서 기업이 가야 할 가장 정직한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소유를 버림으로써 오히려 영구적인 영향력을 얻었다. 그가 남긴 ‘지구를 주주로 모시는’ 문법은, 탐욕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에게 가장 귀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