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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릴박스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에서 주인공 토오루(하기와라 리쿠, 왼쪽)와 사쿠라다(카와이 유미)가 첫 데이트를 하는 장면입니다. 일본 한큐전철 측에서 차량을 전량 대여해주고 촬영 시간에 맞춰 열차 편성도 조정해줬다고 하네요. 덕분에 반짝반짝 스무살 청춘의 미소가 잘 담겼습니다. 그런데 제 눈길을 끈 건 이 커플이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입니다.(자세한 내용은 레터 온라인골드몽 본문에)/디스테이션 짧게는 ‘오늘 하늘’이라고 부르는 긴 제목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에서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는 말은 “오늘 나 행복해”입니다. 즉, ‘아직 그렇게 말을 못한다’는 건 그런 상태가 아니라는 뜻. 쉽게 말하면 “난 아직 행 카카오야마토 복하지 않아”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공 토오루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대학생인데 외톨이고, 의지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친구라곤 괴짜 동기 하나. 우산을 방패처럼 매일 들고 다녀요. 그러다 학생식당에서 혼자 메밀국수를 먹는 여학생 사쿠라다를 보게 됩니다. 머리를 동그랗게 방패처럼 올려묶은 사쿠라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토오루. 둘은 릴게임무료 점점 가까워져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우산남과 당고머리녀의 흔한 로맨스물인가. 아니요. 뒤에 가면 딴 얘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딴 얘기의 결정적 인물이 토오루가 아르바이트하는 온천탕의 동료인 삿짱(이토 아오이)입니다. 삿짱이 등장할 때부터 알 수 있어요. 토오루를 좋아하는군. 하지만 저는 토오루가 전혀 호감이 가지 않아서 영화 초반에 매우 심드렁했습니다. 얘기도 너무 흔한 것 같고. 그런데 삿짱이 위에 말씀드린 고백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스무살의 사랑, 아무런 대가 없이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그래서 상처조차 투명하게 드러나는 고백이 등장하는데, 올해 제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절절한 독백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삿짱 역 배우 이토 아오이의 훌륭한 연기, 저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고백 직전 일을 아셔야 이해가 되실텐데요, 토오루와 삿짱이 온천탕 청소를 해요. 대화를 하다 토오루가 어떤 여학생(사쿠라다)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만난 지 일주일 됐다며. 그 말을 들은 삿짱이 갑자기 탕 안에 몸을 던져요. 놀란 토오루가 달려가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삿짱. 영화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에 남자 주인공의 아르바이트 동료인 삿짱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토 아오이. 2005년생이니까 올해 스무살인데 미래가 매우 기대됩니다. '오늘 하루'는 이토 아오이 덕분에 생명력을 얻었거든요./디스테이션 이날 밤 일을 마치고 두 사람은 골목에서 작별 인사를 합니다. 언제나처럼 “수고했어”라며 헤어지려는 토오루에게 삿짱이 불쑥 얘기해요. “코니시군, 만약 차이면 내가 받아줄게.” 이렇게 시작한 삿짱의 고백, 참았던 마음을 전하는 대사가 8분이나 이어집니다. 두 배우가 어둠 속에 잠겨있기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아요. 삿짱의 어렴풋한 모습과 떨리는 목소리만 들려줍니다. 듣다보니 제가 삿짱 같은 경험을 한 것도 아닌데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듯 마음이 점점 아파졌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실듯. 대사는 이렇게 쓰는 거죠. 영화 중간에 나오고, 스포는 아니라서 아래에 삿짱의 고백 전문을 옮겨봅니다. “코니시군, 만약 차이면 내가 받아줄게. 진짜야. 난 코니시군을... 그거야. 그거. 창피해서 말 못하겠어. 이 감정은 딱 그거야. 예전부터 그랬어. 코니시군이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알았다면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엄청 후회 중이야. 사라지고 싶을 만큼 후회돼. 참을 수가 없어서 어디론가 헤엄쳐 사라지려고 욕조에 풍덩 빠져봤어. 풍덩해서 폭망. 지금 이 말은 필요없나? 이럴 때 장난치면 안되는 거겠지? 일주일 전에 말할 걸. 그 사람과 친해지기 전에. 이제 와서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미안해. 코니시군, 너무 숨기는 것도 안 좋아. 나처럼 돼. 그리고 너무 친해져도 안 좋은 것 같아. 만약 우리가 좀 덜 친했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몰라. 만약... 만약, 말이 안 되지만 지금 네가 갑자기 나한테 사귀자고 해도 거절할거야. 왜냐하면 일방적인 나의 그거고, 코니시군은 나에 대해 손톱만큼도 그거 아니니까. 내가 왜 너한테 그거인지 생각했는데 딱히 이유는 없어. 외모는 취향이야. 이제 와서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알았다. 꼭 참고해줘. 나의 실연을. 실연은 좀 오바인가. 나의 사례를. 사례라니... 좋아하는 사람과 너무 친해져도 안되고, 자기 감정을 너무 숨겨도 안된다는 걸. 내 사례를 통해 교훈을 배워. 갑자기 고백을 받으면 놀라는 감정이 이겨. 지금 너도 놀랐잖아. 그러니까 날 교재로 삼아. 날 실패한 사례라고 생각해. 이런 타이밍에 고백하면 안 돼. 이렇게 장황하게 고백하면 안돼. 더 짧게 그 말만 하면 돼. 하지만... 사전 준비 없이는 그 말을 못하겠어. 왜냐하면 그 말은 엄청 무겁고 엄청 창피하니까. 표현을 바꿔볼게. 코니시군을 심애(深愛)해. 이제 눈치챘지? 근데 방금 그 표현은 불쾌하네. 근데 지금까지 내 마음을 눈치 못챘어? 너 정말 둔감하다. 열받네. 미안. 정말 미안해. 방금 한 말은 잊어버려. 혹시 그 사람한테 고백할 때 내가 몰래 보고 판단해줄까? 어떡할래? 필요없겠지? 그럼, 교재는 물러날게. 지금 가면 다음에 볼 때 엄청 어색할 거 같지? 걱정마. 평소처럼 할게. 근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 마음에 다른 데 가 있으니까 좀전에도 가로등의 나방을 쳐다봤잖아. 화내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나 있잖아, 코니시군이 나한테 전혀 관심없다는 거 알아. 왜냐하면... 내 이름 알아? 왜 삿짱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난 네 이름 알아. 통할 철 한자에 토오루지? 전에 내가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잖아. 그때 코니시 토오루라고 알려줬어. 하지만 내 이름은 묻지 않았어. 그때 나한테 전혀 관심없다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어. 역시 너무 슬프네. ‘첫사랑 크레이지’ 이제 안 들어도 돼. 들으면 창피할 것 같아. 내 노래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내 스마트폰으로 들려주면 되는데. 다만... 내가 없는 곳에서 내 생각을 하면서 들어줬으면 했어. 이제 좋아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마. 좋아해서 미안해. 좋아한다고 말해버렸네. 이미 몇 번이나 말했을지도 몰라. 아무려면 어때. 널 좋아해서 즐거웠어. 잠들기 전에 설레기도 했고. 밥 사준다는 약속은 안 지켜도 돼. 날짜를 정한 게 아니라서 어차피 안 될 줄 알고 있었어. 밥 두 번 사준다고 함부로 약속하지마. 그리고 우리가 알바할 때만 보니까 밥 먹으러 가게 되면 쑥스럽겠다고 했지? 그렇게 설레는 말 하지마. 이런 내가 너무 싫다. 미안해. 코니시군. 먼저 가도 돼. 다음에 만날 때 정말 평소대로 할 거니까. 어색함 제로. 날 믿어. 근데 잠시 사라질지도 몰라. 마침 동아리가 바쁘거든. ‘마침’이라니. 그럼, 나 먼저 갈게. 바이바이." 그 말을 끝으로 삿짱은 어둠 속에서 손을 흔들고 골목을 돌아 사라집니다. 글만 적어서는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가 전해준 절절함이 전달이 안 되네요. 영화에서 배우의 목소리와 연기력으로 확인해보세요. 영화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의 남주인공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았던 하얀 개 사쿠라. 사쿠라가 크게 나온 스틸이라서 골랐습니다.(남주는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디스테이션 이후에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갑니다. 과연 삿짱은 그날 밤 고백 때 약속했던 것처럼 ‘어색함 제로’로 알바하러 나타났을까요. 아니면 잠시 사라졌을까요. 토오루, 삿짱, 사쿠라다는 심애를 찾고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말하는 나날을 맞이했을까요. 잔뜩 설명하더니 결국 삼각관계 영화인거냐라고 하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더 자세히 설명드리면 스포가 될 듯. 음, 저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영화적 선택으로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는 합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그럼, 독자 여러분이 이 레터를 읽으시는 날의 하늘은 아주 좋기를 바라며, 저는 다음 레터, 위에 말씀드린대로 고 김수미 유작 코미디 ‘홍어의 역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선닷컴 ‘그 영화 어때’ 구독 링크 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네이버 ‘그 영화 어때’ 구독 링크 https://naver.me/FZ82SAP3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그 영화 어때 더 보기(https://www.chosun.com/tag/cinema-review/) 기자 admin@119sh.in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