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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방식 중 '리트릿Retreat'이란 것이 있다. 직역하면 '후퇴'지만 여행에선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아침 일찍 기상해서 저녁까지 꽉 찬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하며, 이 관광지 저 맛집을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여행의 정반대 개념이다. 그런 '바쁨'은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겪고 있으니 여행에서만큼은 여유와 쉼과 휴식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그래 바다이야기릴게임2 서 여러모로 백패킹과 꼭 닮았다. 백패커들은 자청해서 자연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현실에선 초단위로 울리는 알람에 맞춰 일어나지만, 자연에선 황혼과 여명을 단위로 삼아 눈을 감거나 일어난다. 백패킹 박지, 추보삼림을 아시나요? 월간<山>은 지난 1월 31일부터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2월 1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명의 백패커와 함께 리트릿 백패킹을 강원도 영월 추보삼림에서 진행했다. 일상과 단절되고,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일상으로부터 멀어져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웅크린 시간이 귀중했고, 누군가는 자연과 연결돼 명멸하는 별빛과 그 밑에서 흐릿하게 흔들리는 호두나무 가지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그 순간을 오리지널바다이야기 살짝 소개한다. 하늘에서 본 추보삼림 커뮤니티하우스. 박지는 '추보삼림'이란 곳이다. 강원도 영월 태화산 서쪽 산기슭 큰골에 자리 잡은 이곳은 원래 호두나무 농장이었다. 당시 이름은 추림원. 최근 농장주의 아들 박태 바다신2게임 호씨가 이를 리트릿을 위한 공간으로 재해석, 리모델링했다. 리트릿 공간이란 개념이 생소하다면, '쉴 공간이 충분하고, 주변이 온통 숲인 게스트하우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한가운데 있는 건물이 커뮤니티하우스입니다. 이를 둘러싸고 총 6개의 박지가 군데군데 퍼져 있는데 원하는 어디든 고립되시면 됩니다." 백패커들의 개 뽀빠이릴게임 성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커뮤니티하우스에서 한시라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바로 앞마당을 차지하거나, 심지어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재빠르게 숲속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희미한 랜턴 불빛만으로 그 존재를 알리는 이도 있었고, 연륜 있는 팀은 가장 멋진 과수원을 차지했다. 말투부터 통통 튀었던 백패커팀은 인공 연못이 얼어붙은 걸 알아채곤 바로 빙박을 감행한다. 각자의 텐트가 완성되자, 모두 커뮤니티하우스로 다시 모였다. 이번 백패킹은 조금 색다르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백패킹 행사는 보통 낮 동안 걸어서 이동하고, 저녁쯤 박지에 도착한 이후 딱히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 석식과 다음날 조식 지원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가미해서 좀 더 경험의 깊이를 확장했다. 추보삼림 리트릿 프로그램 세션백패킹도 식후경이다. 일단 밥부터 먹었다. 저녁은 영월 로컬 음식점인 '동트는제면소'가 식사 당번을 맡았다. 메뉴는 강릉장칼국수와 무생채. 된장베이스의 얼큰함이 특징인 장칼국수는 북어포와 버섯, 애호박, 감자로 맛의 깊이를 더했다. 수북하게 올린 쑥갓의 향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식사가 끝나자 추보삼림 운영자 박씨가 간단히 시설 안내를 하고 '버리고 비우기' 시간을 진행했다. "영화 <와일드> 다 보셨죠? 그걸 보면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주인공이 백패킹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그 길고 긴 미국 PCT 트레킹에 도전하죠. 첫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만난 할아버지로부터 말하자면 '소지품 검사'를 당해요. 길에서 필요한 것, 버려야 될 것, 귀중히 챙길 것, 보관법을 바꿔야 할 것 등을 알려 주죠. 선배 트레커의 도움으로 주인공은 이제야 제대로 된 '끝까지 걸을 수 있는' 배낭을 메고 남은 길을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추보삼림의 '버리고 비우기'는 이에 착안해서 만들어졌다. 영월의 깊숙한 산골짜기까지 와서 '가지고 가고 싶은 것'과 '버리고 가고 싶은 것'을 작은 종이에 꾹꾹 눌러 적는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상관없고, 안 적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버리고 가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의 작성이 끝났을 때 커뮤니티하우스 한켠에 설치된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태워버린다. 사소하지만 그걸 실제로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저마다 제각각 고민의 길이만큼 글이 적혔다. 버리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고통, 미련, 욕심, 짜증, 스트레스, 잡생각, 건망증 등 일상에서 발목을 잡는 걸림돌들이 쏟아졌다. 반대로 태화산에서 하룻밤 머물며 가져가고 싶은 건 여유, 희망, 새로운 내 자신, 자신감 등이었다. 버리고 싶은 건 즉각 벽난로 안으로 직행해 소각되며 재로 변했고, 가져가고 싶은 건 품 속 깊은 곳으로 묻어 들어갔다. 그렇게 오랫동안 전전긍긍 한참의 고민 끝에 어렵게 적어낸 '버리고 갈 것'들은 정작 난로 속에선 작은 불길만을 남기며, 너무나 순식간에 탔다. 참고로 가장 걸작은 버리고 싶은 것에 '남편' 두 글자를 적은 사람이었다. 초이스우드파주 헤이리 목공방 초이스우드 스튜디오 박한웅 대표가 다음 시간을 맡았다. 손재주만큼 눈재주도 좋은 그는 백패커들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산을 넘은 데다가 장칼국수로 배까지 채운 터라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걸 알아챘다. 말은 짧게, 행동은 빨랐다. "저는 간단히 나무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어요. 저도 백패킹을 해서 어떤 게 진짜 필요한지, 또 어떤 감성템이 있으면 좋은지 잘 알거든요. 두 개입니다. 수저받침과 인센스 스틱 홀더예요!" 인센스 스틱은 코로나 이후 급격히 유행을 탄 제품이다. 명상, 심신 안정,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쉽게 말해 향초다. 연소하면서 향이 있는 연기를 낸다. 숯에 식물에서 추출한 여러 물질과 향료를 섞어 만든다. 이 스틱을 꽂아 놓는 받침대가 홀더다. 박 대표는 재를 처리하기 용이하면서 보관이 간편한 구조의 제품을 거의 완성해서 가져왔다. 백패커들이 할 일은 사포로 테두리를 마저 마감한 뒤, 오일스텐을 발라 건조시키는 것뿐. 수저받침도 마찬가지 작업만 하면 된다. 박 대표는 "백패킹할 때마다 수저를 꺼내자마자 젖은 흙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음식물이 묻은 채로 침낭이나 텐트 바닥에 추락시킨 경험이 많아 이 수저받침을 필수 장비처럼 잘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한 시간이 걸리는 반복 작업이다. 딱히 어느 정도가 '완성'이란 기준도 없다. 만졌을 때 마음에 들면 그만이다. 그래서 마음에 찰 때까지 문지른다. 그 지루한 반복이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어느덧 손 빠른 이들이 내건 인센스 스틱의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이어 함께였던 시간은 각자의 밤으로 향한다. 영월 백패커 이모저모 #1 전형록, 허해송 (왼쪽부터) 전형록, 허해송 백패커. 저녁 7시 27분. 두 명의 백패커는 고독히 옥상을 지켰다. 이들은 태화산 산행을 박배낭을 메고 완주했기에 휴식이 더 급했다. 전날 영월 시장에서 사온 서부순대를 발열 팩을 이용해서 데운다. 옆으로 나오는 김에 시린 손을 녹이면서 조용히 밤을 보낸다. 전형록, 허해송씨다. 동강 래프팅 강사로 시즌마다 일하고 있어 영월은 친숙한 고장이다. "백패킹은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다 이렇게 소소하게 지인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진수죠." 의자 홀더에 스틱을 꽂아 랜턴을 달고, 작은 파우치로 랜턴을 감싸 불빛을 부드럽게 방사시켜 두는 등 디테일한 센스가 돋보인다. 특히 흥미로운 건 텐트 펙을 다른 걸로 대체해서 쓴다는 것. "저희는 흔히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7cm 나사를 텐트 펙 대신 쓰고 있어요. 주먹드라이버를 갖고 다니면서 이걸로 박죠. 겨울에는 이게 빙박이나 언 맨땅에 훨씬 잘 박혀서 잘 쓰고 있어요. 저희만의 팁이죠." #2 오진곤, 김민정, 은문기, 박정은 (왼쪽부터) 박정은, 은문기, 김민정, 오진곤 백패커. 영월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중간 휴게소에서 지체되는 시간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법으로 화물차는 2시간이면 쉬라고 강제한 게 괜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2시간은 심리적 거리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또 영월이 가까워진 건 서울뿐만이 아니다. 이 팀은 속초에서 왔다. 10년 전엔 2시간 40분, 이번엔 2시간 남짓 걸릴 만큼 대폭 시간이 단축됐다고 한다. 이렇게 가까운데도, 영월의 산은 오지의 냄새가 폴폴 난다는 장점이 있다. 박정은씨도 된통 당했다. "10년 전 4~5월이었죠. 영월 어느 산을 찾았는데, 택시아저씨도 '거길 왜 가냐'고 하는 곳이었어요. 계절이 봄인 만큼 동계 준비를 안 했는데 폭설이 왔어요. 자려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하산해 바로 영월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돌아갔었죠. 엄청 추웠어요." 추보삼림 과수원은 부지 내에서 가장 운치 있는 박지로 꼽혔다. 이런 굵직굵직한 스토리를 통해 아웃도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팀이다. 이번 행사도 "백패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지역 공간과 결합한 점이 좋은 차별화 지점인 것 같다"고 날카롭게 분석했다. 한편 이들은 특별한 침낭을 하나 가져왔다. 15년 전 받았다는 괴물침낭이다. 고산등반 전진캠프용으로 무려 4kg에 압축 색도 따로 없다. 배낭이 이거 하나로 꽉 찬다. 성능은 다음날 아침 말끔하고 개운한 표정으로 증명했다. #3 정동식, 안슬기, 임솔희, 홍왕기 (왼쪽부터) 정동식, 안슬기, 임솔희, 홍왕기. 이들은 연못에서 빙박했다. 팀원은 4명인데 유튜버가 2명이나 있다. 정동식씨와 홍왕기씨다. 채널명은 각각 '놀생각만하는동식이'와 '산타는놈'이다. 전문 유튜버라기보단 취미에 가깝다. 정씨는 여행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차라리 영상이 여행을 더 잘 담아내서 시작하게 됐고, 홍씨는 아내와 함께 다닌 산의 추억을 개인 기록용으로 편집해 올린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영상의 장점은 이런 거예요. 편집을 하다보면 제가 보던 시선과 카메라가 담아낸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서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시선으로 다시 그 여행을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행을 두 번 가는 셈이죠. 그게 너무 좋아요." 흥미롭게도 안슬기씨는 오히려 검증 안 된 신생 백패킹 페스티벌을 찾아다니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행사들은 회차가 되풀이될수록 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가며 초심을 잃는 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솔희씨는 조금 더 큰 얘기를 했다. 우리나라 백패킹 문화 형성의 근본적 구조에 대한 성찰이다. "외국에선 백패킹이 수단인데 우리나라는 백패킹이 목적이 돼버린 것 같아요. 그러니 산에 가서 술 먹고 고성방가하고 그러죠. 산을 오르는 수단으로서 백패킹이 비합리적이고 좋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규제 때문이죠. 산을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방법이 대부분 당일산행이에요. 그러니 양지에서 성숙되어야 할 백패킹 문화가 음성화된 거죠. 조금씩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4 송예지 아침 일찍 박지를 정리하고 있는 송예지씨. "엄마가 히말라야를 다닐 정도로 등산 마니아예요." 송예지씨는 젊은 엄마다. 당시 남자친구이자 현 남편과 함께 오토캠핑을 즐기다가 백패킹으로 넘어왔다. 그래서 백패킹 경험은 10번 내외로 많진 않다. "최근에 임신하고 출산하느라 공백기가 있다가 이제 아이가 좀 커서 다시 자연을 찾고 있어요. 특히 이렇게 지자체나 업체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으면 최대한 참여하려고 해요. 이것만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먼저 정선에서 열린 백패킹 페스티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지자체가 끼니까 본래 금지구역인 곳에서도 백패킹을 할 수 있었다. 그 유명한 도롱이연못이었다. 이번 영월도 추보삼림이라는 생소한 공간에서 백패킹할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다만 이번에는 산행이 상당히 버거워서 앞으로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했다. "자연에 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빨리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아이랑 같이 이 좋은 자연을 누리고 싶어서요. 영월도 아이랑 오면 또 다를 것 같아요. 힙하다고 할까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온 총 40여 명의 백패커들이 영월 추보삼림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임의로 배정된 그룹을 통해서 새로운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