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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어느 날, 진료실을 찾은 4기 유방암 환자 A씨에게 신정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주변 정리를 해야 하면 한 달 내로 하시라"고. 신 교수는 "A씨는 당시 쓸 수 있는 약을 다 썼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다는 특징이 있다. A씨도 50대에 불과했지만, 오랜 투병에 몸과 마음이 약해질 바다이야기무료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좌절하던 A씨에게 유방암 신약 '엔허투'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냈다. 당시 '인간 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양성'에서 'HER2 저발현'으로 허가 범위가 확대된 데 따라 쓰게 된 이 약이 신 교수조차 놀랄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신정훈 교수는 "앞서 여러 치료에 실패한 상태라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바다신2게임 너무 멀쩡해져 놀랐다"며 "2년이 지난 지금 A씨는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엔허투는 항체-약물 결합체(ADC) 계열의 표적 항암제다. 2022년 국내 허가 당시부터 강력한 효과로 유방암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최근에는 유방암 환자 2명 중 1명에 해당하는 HER2 저발현까지 효과를 입증하며 릴게임사이트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기존에 독한 세포독성항암제를 써야 했던 환자가 삶의 질을 지키고,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지난 9일 유방암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신정훈 교수를 만나 유방암 분류 체계의 변화와 암 치료 트렌드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황금성릴게임 HER2 저발현 유방암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그래픽=김다나 -HER2 저발현이란 표현이 낯설다.▶기존에는 유방암 아형(종류)을 구분할 때 호르몬 수용체(HR) 양성과 음성, HER2 양성과 음성으로 구분했다. HER2의 경우 표적 치료제 '트라스투주 바다이야기예시 맙'(제품명 허셉틴)이 양성에선 반응을 보이고, 음성은 반응이 전혀 없어서 HER2 양성/음성을 구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환자 입장에서 치료 방법이 똑같다면 유방암 아형을 분류하는 게 의미가 없지 않나. 그런데 최근 '엔허투'에 추가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이런 분류체계가 완전히 뒤집혔다. -어떻게 달라졌나.▶HER2 유방암은 두 단계로 진단한다. 첫 번째는 면역조직화학염색(IHC) 검사로 암 세포막의 HER2 단백질 발현 정도를 기준으로 양성(3점)과 음성(0~2점)을 구분한다. 두 번째로 HER2 음성에 제자리부합법(ISH) 검사를 해서 DNA 수준에서 HER2 유전자 증폭 여부를 확인한다. IHC가 2점 이하지만 ISH에서 유전자 증폭이 확인되면 허셉틴에 반응을 보여 이것도 HER2 양성으로 분류한다. 반면에 엔허투는 HER2 음성/ISH 음성인 '저발현'에도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치료제가 새로 개발되면서 HER2 저발현을 분류할 필요성이 생기게 됐다. -HER2 저발현은 어느 정도나 되나.▶ (항암 치료에 중요한) HER2 양성/음성은 양성이 약 20%, 나머지는 음성으로 분류됐다. 이를 HER2 양성/ HER2 저발현/ HER2 음성으로 나누면 각각 15%, 45~55%, 30~40% 정도로 추산된다. 새로워진 유방암 분류 체계./사진=다이이찌산쿄 -엔허투의 치료 대상인 HER2 양성·저발현이 70%가량이나 된다. 치료 효과가 궁금한데.▶HER2 저발현 개념을 확립하는 랜드마크가 된 연구는 2022년 논문으로 출판된 'DESTINY-Breast 04'다. 기존에 HER2 음성으로 분류된 HER2저발현 환자 중 1차 항암 치료에 실패한 경우를 대상으로 엔허투와 표준 항암제(세포독성항암제)를 비교한 임상시험이다. 약 90%가 HR양성/HER2 저발현, 나머지가 전통적으로 삼중음성으로 분류된 HR음성/HER2 저발현 환자였다. 이 연구에서 HER2 저발현 환자에 엔허투를 쓸 때 질병이 다시 진행되기까지의 기간, 쉽게 말해 약이 잘 듣는 기간(무진행 생존 기간, PFS)이 대략 5개월 더 길었다. 이러면서 처음으로 HER2 저발현과 완전한 HER2 음성을 분리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1차 치료 이전에 쓰는 건 어떤가.▶새로운 치료제를 임상 시험할 때는 처음에 하던 치료를 최대한 진행한 후에 할 수 있는 치료가 더 이상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테스트한다. 거기서 효과가 꽤 입증되면, 조금 더 앞 차수로 온다. DESTINY-Breast 04는 1차 항암 치료 실패 이후 2차 항암 치료에서 엔허투를 비교한 연구였고, 나아가 HR 양성이면서 HER2 저발현이거나 초저발현인 환자까지 포함해 1차 항암으로 엔허투와 표준 항암제를 비교한 'DESTINY-Breast 06'이 진행됐다. 역시 무진행 생존 기간(PFS)이 약 5개월 정도 차이가 나서 초저발현이나, 처음부터 항암 치료하지 않고 엔허투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치료 성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입증됐다.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초저발현, 1차 항암 전에 엔허투가 허가됐는데 우리나라도 따라갈 거라 기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신정훈 교수가 지난 9일 병원 진료실에서 HER2 저발현 유방암과 치료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엔허투는 표적치료제라 부작용이 적을 것 같다.▶엔허투도 환자에 따라 세포독성항암제만큼 혹은 그것보다 더 심한 독성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엔허투가 표적 치료제라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건 잘못된 이야기다. 임상시험을 봐도 엔허투가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독성의 빈도가 더 낮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어떤 부작용이 있나.▶10명 중의 1명가량에 경미한 폐렴이 생길 수 있다. 100명 중에 1~2명은 심한 폐렴이 오고, 아주 드물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위험도가 높아 주의가 필요한 부작용이지만, 아직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는 잘 알려진 게 없다. 그래서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다가 폐렴이 의심되면 약을 빨리 중단하고 즉시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발생하면 대처해야 하는 부작용이다. 이 밖에도 멀미처럼 매스꺼운 느낌, 구토, 피로감 등도 흔한 부작용이다. 다만 항암제 독성은 관리 방법에 따라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 굉장히 크게 달라진다. 이상 반응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예방할 수 있는 약이 워낙 많아 조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환자들이 더 수월하게, 장기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엔허투는 비급여라 치료비 부담이 크다.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평균 5개월을 더 살기 위해 돈을 쓰는 게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무진행 생존 기간 중간값이 5개월 길다는 것은 숫자로만 보면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평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중간값이 5개월이라면, 그 평균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세포독성항암제로만 치료했을 때 1년 동안 치료하면서도 병이 계속 진행되고 숨이 차면서 괴로워하다가 사망했을 수 있는 환자 중에서, 엔허투를 써서 병이 다 없어지고 4~5년 잘 사는 드라마틱한 반응을 보일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크게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삶이 바뀌는 환자들이 분명히 있다. 어떤 종류의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교해도 엔허투의 치료 효과가 더 우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매년 증가하는 유방암 환자/그래픽=이지혜 -실제로도 많이 쓰이나.▶국내에서 엔허투는 1차 항암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허가되어 있다. 학회에서 이야기해보면 대부분의 종양내과 교수들이 2차 이상 항암 치료에서 엔허투를 우선적으로 권한다고 한다. 환자 특성에 따라 수용하는 비율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이제 1차 치료에 실패한 경우 엔허투를 표준 치료로 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가지는 전문가는 없을 것 같다. 진료실에서는 급여가 되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급여인 엔허투를 동등하게 안내하는데 거의 3분의 2는 엔허투를 선택하고, 경제적으로 감당이 어려운 환자는 일반 항암 치료를 선택한다. -환자의 예후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가. ▶특히 최근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 그러니까 보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 경우는 훨씬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큰 탈 없이 일상을 영위하는 것 같다. 크게 기억에 남는 환자가 없을 정도로 특별한 사건 없이 대부분 암이 잘 관리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 새 항암제의 등장은 어떤 의미가 있나.▶헐떡거리면서 혼자 걸어 다니기도 힘든 상태로, 온종일 시름시름 앓으면서 6개월을 사는 것과 11개월을 살더라도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사는 건 너무 다른 이야기다. 엔허투는 종양 반응률이 높다. 예를 들어 폐에 큰 덩어리(종양)가 있어서 숨쉬기가 힘든 경우, 엔허투를 사용했을 때 덩어리가 더 많이 줄어서 호흡이 더 편해지고 통증도 적게 느낀다. 3주에 한 번씩 투약할 때마다 환자들을 만난다. 환자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 '숫자'보다도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느끼는 이런 삶의 질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온다. -환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4기 유방암은 완치가 어렵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유방암으로 죽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요즘에는 10년 이상 항암 치료하면서 직장생활도 하고, 아기와 손자를 보는 유방암 환자가 많이 있다. 당뇨 환자가 평생 당뇨약을 먹으면서 병을 관리하는 것처럼, 유방암도 내 몸을 괴롭히지 않도록 잘 달래가면서 친구처럼 살아야 하는 병으로 여겼으면 한다. 암 재발 등으로 엔허투 치료가 필요한 4기 환자는 앞으로 점점 늘 것 같다. 급여가 적용될 경우 이 환자들이 최신 치료를 적절한 시점에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