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오른쪽)이 2025년 9월16일 장동혁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TV 갈무리


정치가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당의 미디어대변인이라는 공식적 직함을 가진 이가 같은 당의 국회의원을 향해 차별과 혐오 ‘의견’을 제한 없이 쏟아낸 일이다. 혐오 ‘표현’이라 하지 않고 ‘의견’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정치인의 주장은 몇몇 언론이 축소하는 것처럼 과격하고 거친 ‘표현’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 표현 자체가 이 정치인의 의견이자 골드몽릴게임 정체성이며 서사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민영 대변인의 말이 혐오 ‘의견’인 이유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향해 “눈이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기득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한 사람의 장애에 대해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명백한 혐오 표현이 체리마스터모바일 다. 이는 그 어떤 정치적 ‘가치’가 있는 말이 아니다. 한 의견의 정치적 ‘가치’는 동의 여부를 떠나 한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적 의미가 있을 때 가질 수 있다. 저 말에는 그 정당의 정치인으로서 한국 사회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어떤 의미도 없다. 그저 한 사람, 나아가 장애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무가치한 혐오 ‘표현’일 뿐이다.
체리마스터모바일이어서 그는 “국회의원 특권을 누리고 싶고, 비례대표로 꿀은 빨고 싶고, 그런데 민주당 가면 공천 안 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장애인 할당제로 들어오고 싶은 것”이라며 “당론을 젖은 휴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며 탄핵은 물론 민주당 주도 특검에 모두 찬성하였고, 급기야 당의 노선과 전혀 맞지 않는 법안들을 수차례 발의해 뭇매를 맞았다” 릴게임갓 고 비난했다. “(비례대표에)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는 것이다.
이 말은 과격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명백히 한국 사회가 어떤 비전과 원리를 가지고 조직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이념을 드러낸 정치적 의견이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이란 정당은 비례대표 명단에 장애인을 너무 많이 배려해서 문제다. 또 카카오야마토 한 장애인을 배려하며 따뜻한 정당인 척하려는 한동훈과 같은 강남 좌파들이 장애인을 “에스코트용 액세서리”로 사용하며 정당 이념을 흩트리는 것이 문제다. 나아가 이념의 원칙을 저버리는 이런 정치적 ‘타락’에 따라 다른 능력 있는 (아마도) 청년들이 피해를 본다는 뜻도 담고 있다.
그의 말은 더하고 뺄 것 하나 없이 전형적인 극우 포퓰리즘의 서사다. 먼저 전세계 모든 극우가 공통으로 하는 주장이 소수자성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나 장애인, 인종과 종교에 있어 소수자가 ‘사회적 약자’라고 내세우며 사회 전 영역에서 과보호되고 평범한 ‘다수자’가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들에 ‘다양성과 평등, 그리고 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도록 요구한 것은 이런 주장을 정책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들에 ‘고등교육에서 학문적 수월성을 위한 협약’에 동의할 것도 요구했다. 이 협약은 입학시험이나 장학금 같은 금융지원에서 특정 인종이나 성별, 종교나 국적을 고려하지 말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흑인과 여성에게 더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유지되고 있던 ‘소수자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철폐하라는 요구다. 다양성과 평등, 그리고 사회적 포용을 위한 정책이 역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장애인이 너무 많이 할당돼 문제”라는 것과 같은 시각이다.
왜 점점 더 ‘과격하게’ 말할까
둘째로, 박민영의 ‘의견’은 소수자를 과대 대표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보수정당의 정치적 이념을 배반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극우 포퓰리즘 서사와 일치한다. 정치는 각자 정당의 이념에 따른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으로서 그 이념이 ‘능력주의’다. 그런데 단지 표를 좀더 얻고 자기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능력주의라는 보수정당의 이념에 반하는 정책을 남발하는 포퓰리즘을 펼치는 자가 있고 이것이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정당을 망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그들은 포퓰리즘에 반대하며 보수정당의 원칙을 견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원칙을 강조하는 의도는 김예지 의원을 통해 한동훈 전 대표를 포퓰리즘으로 타락한 정치인으로 낙인찍으려는 것이다. 이런 서사화 방식이야말로 최근 극우 포퓰리즘 서사의 전형이다. 능력주의라는 원칙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실제 이런 혐오 발언의 핵심은 자신이 대변하는 ‘다수자가 피해자’라는 서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감정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를 인용해 “피해자성은 포퓰리즘 수사의 핵심이 되었다”고 평하며 “현대 미국에서 피해자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키운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즉, 지배적 위치에 있던 이들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기득권’이 아닌 ‘다수자’라고 개념화한 뒤 ‘소수자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역차별을 받는 피해자’로 서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의 54%는 미국에서 가장 박해받는 집단이 다름 아닌 기독교인이라 믿고 있다.
한국에서 능력주의와 피해자성을 연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두 집단을 동시에 포괄하는 매우 효과적인 서사 전략이다.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 한국의 능력주의는 실패한 약속이다. 의사와 변호사를 포함해 많은 전문직이 자신이 노력한 것에 견줘 주어지는 보상이 적다며 분노한다. 경제적 보상을 비롯해 노동조건이나 사회적 존중, 인식 등 모든 면에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오히려 능력주의를 제한하는 수많은 규제와 ‘평등’ 조치가 한국 사회를 통제한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중산층은 능력주의의 수혜자이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을 능력주의의 실패에 따른 피해자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퍼져 있는 것이 ‘피해 서사’다.
다른 한편으로, 하층은 지나치게 잘 작동하는 능력주의에 따른 피해 서사를 공유한다. 이때 ‘능력’은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좀더 포괄적으로 개인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네트워크 안 모든 문화적/사회적 자원을 포괄한다. 기득권은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능력주의로 철벽을 치고 사회 이동을 불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하층은 너무 잘 작동하는 능력주의의 피해자가 됐다. 다만 극우는 이것을 능력주의의 문제가 아닌 기득권, 특히 진보적 기득권의 위선 문제로 돌리며 이들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피해 서사화한다.
이 피해 서사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극우 서사 전략의 핵심이 있다. 김예지 의원을 향한 여성과 장애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은 그 자체로 서사 전략이다. 그 발언은 (박민영 대변인이 마지못해 사과하며 한 말처럼) ‘다소 과격한 표현’이 아니라 서사 전략적으로 의미를 가지도록 ‘쌍스럽게’ 말한 것이다. 그런 식의 ‘패륜’적 발언이어야 지지층에 다가가 그들의 열광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표현은, 그냥 표현이 아니라 그들이 공유하는 언어이며 정체성이다.
날것의 언어 그대로 써서 ‘우리’ 인증하는 정치
표현이 곧 정체성이 되었다는 것은 정치 언어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정치인은 이념과 상관없이 자신을 지지하는 대중의 언어를 정치적 무대에서 대변하는 것을 통해 대표자가 되었다. 대변한다는 것은 지지하는 대중의 언어를 날것으로 정치적 영역에 그대로 옮겨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언어’로 ‘번역’해 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번역의 과정에서 표현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극우를 포함해 포퓰리즘은 대표자가 하는 대변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었다.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날것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가 ‘우리’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대변’이 됐다. 이렇게 되면 대중의 언어는 대변을 통해 정치적 장에 반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날것의 언어 자체가 정치 언어로서 시민권을 얻게 된다. 자신들의 언어에 시민권을 부여한 이 정치인에게 대중은 열광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이념이 아니라 표현이 ‘우리’를 알아보고 구별하는 징표이며, 대중과 정치인을 연결해 ‘우리’라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포퓰리즘 시대에 지지하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은 정치인은 ‘우리’의 말로 이야기해야 한다. 다른 무엇도 아닌 표현을 통해 내가 그들과 ‘우리’라고 드러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이념이나 주장이 아니라 표현 자체를 통해 이뤄진다. 이런 사랑을 받기 위해 정치인은 과거라면 정치적 이념이나 입장과 상관없이 결코 정치적 장에 등장할 수 없었던 반정치적이고 반사회적인 욕이나 패륜적인 말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오직 ‘우리’를 위해서.



2025년 11월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엡스틴 파일’에 관해 묻는 여성 기자에게 “닥쳐, 이 돼지(piggy)야”라고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누구보다 이것을 잘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교양이 없어 쌍스러운 말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을 쓸 때 열광하는 다수가 있음을 알기에 쓴다. 또한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기존 정치 언어에 익숙한 정치인은 결코 그런 말을 정치적 장에서 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그는 쓴다.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최근 트럼프는 ‘엡틴 파일’에 관해 묻는 여성 기자에게 “닥쳐, 이 돼지(piggy)야”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고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런 말을 쓰는 것을 통해 사회가 전방위로 파괴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교실이다. 정치적 시민권을 얻은 차별과 혐오의 언어는 삽시간에 정당성이 있는 ‘우리’의 말로 그 정체성을 공유하는 학생들을 통해 퍼져나가며 공론장을 파괴한다. 교사가 그것은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의 발언이라고 제지하면 “대통령도 하던데요”라고 대꾸한다. 그 순간 교사는 혐오와 차별의 표현을 제지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사람의 정체성을 제지하고 억압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이렇게 그들의 피해 서사는 완성된다. 그것도 표현 정도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이 억압된 피해자로서 말이다.
장동혁·송언석이 택한 ‘정당 포기’의 길
지금 많은 학교의 교실과 강의실이 혐오와 차별 발언으로 공공연히 교수자에게 도발하고 적대하는 학생들로 엉망이 돼가고 있다. 아무리 이들이 자신들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정치적 자산이라 하더라도 근대 정당이라고 하면 공론장과 사회 자체가 파괴되는 이런 현상을 막아야 한다. 특히 품행 규칙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정당이라면 말이다. 이를 위한 우선적인 조치는 정치적 장에 올라서는 결코 안 되는 발언을 통해 대중과 정치적으로 결속하려고 한 대변인을 강력하게 징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보수’정당이기를 포기할 것인가.
엄기호 사회학자·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겨나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눕니다. 격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