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데일리] 대한민국의 단맛이 갑자기 옅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분·당류(전분당) 시장의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하자마자, 업계 주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시장은 마치 죄 없는 척 미소 짓는 상인의 얼굴처럼, 늦은 반성문을 내밀고 있다.
공정위가 전분당 담합 의혹을 조사하자 대상·CJ제일제당·삼양·사조CPK 등이 잇달아 가격 인하에 나섰다. 기업들은 원가 하락을 이유로 들지만, 실제로는 조사 대응용 ‘이미지 관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픽사베이
바다이야기부활 이번 조사의 중심에는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CPK, 대상(청정원) 등 4개 대형 식품 기업이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전분당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전분당은 물엿·과당·올리고당 등으로 가공돼 음식 산업 전반에 투입되는 기초 원료다. 이른바 '단맛의 근본'이다. 그런데
골드몽릴게임 그 근본이 ‘공정 경쟁’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시장 가격 인하는 원재료 안정 때문?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직후, 사조CPK는 옥수수 전분, 물엿, 과당 등의 가격을 3~5%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CJ제일제당도 전분당 B2B 거래 가격을 내리고,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 역시 올리고당,
릴게임손오공 물엿 등 B2C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5% 인하했다.
기업들의 공통된 해명은 비슷했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고,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인하했다는 것.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그리 순진하지 않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직후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을 내렸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인하
바다이야기사이트 의 타이밍은 마치 미리 합을 맞춘 듯 절묘했다. 소비자들이 ‘역시 시장은 돌아간다’며 안도하는 사이, 전문가들은 냉정했다. 담합 조사가 공표되자마자 가격을 내리는 건 반성이라기보다 증거인멸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기업들이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내세우지만, 사실상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야마토통기계원재료는 내렸지만, 마진은 여전히 두껍다
기업들은 옥수수 시세 하락을 인하 근거로 내세운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기준 옥수수 선물 가격은 지난해 초 부셸당 4.8달러 수준에서 올해 2월 현재 4.1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15% 남짓한 하락폭으로, 그동안 업계가 누려온 ‘고마진 구조’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서야 3~5% 가격을 내린다고 하지만, 지난해에는 잇달아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10% 이상 인상해왔다. 당시엔 국제 곡물가와 운송비가 핑곗거리였다. 이제 곡물가가 내려가자 '사회적 책임'을 내세워 인하하는 모양새다. 공정위가 손전등을 켜지 않았다면, 과연 그 ‘책임감’은 깨달음으로 나타났을까. 이런 시점의 우연이야말로 한국식 시장경제의 이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없었다면 이뤄졌을 가격 조정은 아니다”면서 “소비자 눈치보다 정부 시선을 더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콩가루 같던 담합의 역사, 이번엔 전분이 주연
우리나라 식품 기초원료 산업에서는 ‘담합’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2016년 제분업계, 2020년 제당업계, 2022년 조미료 및 장류 업계까지, 비슷한 정황이 반복됐다. 공정위가 혐의를 제기할 때마다 업계는 ‘담합이 아니다’, ‘시장 자율조정이다’라며 일제히 부인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대부분은 과징금으로 끝을 맺었다. 올해 그 칼끝이 향한 곳은 전분당이다.
이 구조적 문제는 한두 기업의 탐욕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유통 시장의 틀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한국의 전분당 시장은 사실상 4대 기업이 9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즉, 누가 가격을 내리거나 올려도 시장 전체가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담합이 없어도 담합처럼 보이는 시장’, 일명 ‘암묵적 카르텔 구조’다.
이런 시장에서는 기업 간 경쟁이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인 ‘가격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는 따라가고, 내리면 함께 내린다. 때문에 이번 가격 인하 역시 진정한 의미의 시장 경쟁이라기보다, 공정위라는 제3의 변수에 대응한 ‘생존 시뮬레이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맛의 민주화, 혹은 위기관리술의 한 단면
소비자 입장에서야 일시적 인하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것이 시장의 자정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공정위 조사가 언제 끝날지,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시장의 태도가 또다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분당에 국한하지 않고 밀가루, 설탕 등 생활 필수 원재료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 CJ제일제당,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등은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내렸다고 발표했다. CJ는 설탕 가격을 4%, 삼양사는 6%, 사조동아원은 5.9%, 대한제분은 4.6% 인하했다.
한편에서는 “공정위의 압박이 시장 전체에 긍정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도 있다. 소비자에게 단기적으로는 효용이고, 정부에는 ‘성과 포인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작동하고 있다. 위기가 닥치면 즉시 가격 인하·홍보·사회공헌을 묶은 3종 세트가 가동되는 식이다.
달콤한 위선의 뒷맛
지금 전분당 업계가 보여주는 ‘가격 인하 행렬’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자율 조정’이 아니라 ‘행정 리스크 최소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특히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부의 칼날이 닿기 전까지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라는 시스템이 작동할 때만 가격은 실시간으로 조정되고, 이 외에는 묵묵히 ‘마진 보호’를 이어간다. 이 풍경은 시장의 공정성을 지탱해야 할 구조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재편돼 있는지를 드러낸다.
소비자는 오늘도 편의점이나 마트 진열대 앞에서 30원쯤 내린 물엿 병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그 병에 붙은 숫자는 ‘가격’이 아니라 ‘권력’을 상징한다. 한국식 단맛의 이면이다. 공정위의 한 차례 조사로 전분당 시장 가격이 일제히 내려간 것은 경쟁이 살아 있는 시장이라기보다 행정 신호에 반응하는 ‘정치적 시장’이라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제 필요한 건 땜질식 가격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공정위는 일회성 단속이 아닌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분당, 제분, 제당 등 필수 식품 원료 중심으로 ‘가격 공시제’를 확대하면 시장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은 '원재료 연동'이라는 모호한 논리 뒤에 숨지 말고 생산원가와 가격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소비자 단체와 학계는 공정위 의존형 감시를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공동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신뢰 회복의 열쇠는 ‘가격 인하’가 아니라 ‘가격 구조 개혁’이다. 공정위 눈치를 보는 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인인 시장으로의 전환, 그 성숙이야말로 진정한 단맛이라 하겠다.
달콤한 것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다만 그 달콤함이 불공정의 설탕물이라면, 썩은 이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까지 함께 녹아내린다. 공정위의 조사로 인해 갑작스레 낮아진 당도의 이면에는 우리 경제가 오래도록 씹어온 ‘달콤한 위선’의 풍미가 스며 있다.